여행 이틀째의 날이 밝았습니다.
피곤했는지 늦잠을 자는 바람에 호텔 조식은 패스~
근처에 아침을 해결할 만한 곳을 찾아 보려고 조금 일찍 호텔을 나섰습니다.
호텔 바로 앞 쇼핑몰 1층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까페를 발견!
배가 고픈 관계로 일단 들어갑니다.
모닝커피를 즐기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 정도입니다.
간단한 샐러드와 샌드위치, 커피를 함께 내는 모닝세트가 있기에 주문했습니다.
맛있다!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냥저냥 괜찮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50엔 더 주고 C세트로 할걸…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밥을 먹고 텐노지를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4년 전의 여행 당시 가지 못했던 곳이기에 설레였습니다.
백제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들었던 것 같습니다만,
1000년이 넘는 세월이 쌓였으므로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처음부터 마음을 다잡고 출발.
난바역에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뭔가 이상한 느낌에 돌아보니 전철 위에 전기선이 없네요.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깔끔한 느낌.
역 구내에서 지도를 보고 대충의 방향을 잡고 지상으로 나왔습니다.
아침을 맞은 상점가. 약간은 스난한 느낌이 드네요.
텐노지로 향하는 길은 전형적인 주거지역이었습니다.
고즈넉한 길가를 홀로 걷는 느낌이 정말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때로, 이렇게 고양이상을 조우하게 되는 행운도 있습니다.
인사를 하려 앉았더니 이쪽을 잠시 응시하다가 홱 돌아가십니다.
주택가의 허름한 아파트. 도쿄에서 제가 살았던 아파트가 떠오릅니다.
그곳에는 지금쯤 누가 살고 있을까?
집주인 아저씨는 건강하실까? 등등…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명소를 찾아가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하는 것보다는
이런 장소를 걷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뭐 원래 깨끗하기는 한데 그래도 쓰레기는 무단투기하면 안되겠습니다.
15분 정도. 적당한 거리를 걸어 텐노지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탁발승 한 분이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입구에서부터 기원하고 있는 아저씨가 눈에 띕니다.
뒤에서 지켜봤는데 저 자세로 미동도 하지 않고 3분 정도를 그대로 계셨습니다.
무언가 절실한 바램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여행객의 호기심으로 지켜보기엔 죄송한 마음이 들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세계정복이나 제국주의 부활 같은 소원만 아니면 꼭 이루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운 자갈을 깔아놓은 마당 같은 곳이 눈길을 끕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곳의 역사라든가 유래 같은 것들을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냥 고운 자갈이 참 잘 정리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물론 무언가 뜻이 있겠지만 말이죠 ㅎㅎ.
오층탑이 있는데 그 1층 입구에 제단이 있습니다.
나무 조각이 섬세합니다.
한 장 찍고 나서야 사진촬영 금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래도 이미 찍은 것은 지우지 않게 해주세요.
오층탑을 돌아보고 나오면 맞은편에 보이는 법당 같은 분위기의 장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원을 드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내를 한가롭게 거닐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백제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고 해도
내가 백제에 대해 모르니 보고 있어도 알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정자들이 하는 캠페인성 구호 같지만
우리 것을 먼저 알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아, 오사카 주유패스가 있으면 텐노지는 무료입장입니다.
그리고 경내의 몇 가지 시설들에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극락정토의 정원입니다.
극락정토의 정원이라, 워낙 네이밍을 잘 하는 일본인들이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들어갔는데 꽤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일본식 정원은 조형미가 뛰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자연적인 느낌은 없지만 평생을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그대로의 자연은 공포를 수반하는 데 반해 인공적인 조형미의 자연은
오히려 편안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금방 질려버릴 수도 있겠죠.
정원 안에는 팔각정이라는 등록유형문화재도 있습니다.
근대적인 건축양식이 아닐까 추정만…
그리고 남아있는 가을의 정취가 한가로운 멋을 더합니다.
그냥 있는 것 만으로도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정원이 끝나고 나면 이 건물이 나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볼 수도 있는데 등산화를 신고 있어서 패스..
대신 밖에서 나름 주의깊게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집에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용하고 문 밖에는 자연이 펼쳐지는 곳...
한 바퀴 돌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춥네요.
아니나 다를까 휴게소가 보입니다.
회사 구내식당 같은 느낌의 휴게소에서는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고(카레라이스 같은) 음료를 마시며 쉴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자판기에서 보스 캔커피를 하나 뽑아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좋습니다.
이곳에는 한 번 더 오고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커피를 홀짝거리고는
신세계(?)를 향해서 떠났습니다.
만화 20세기 소년을 보신 분이라면 아실텐데요.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그 곳입니다.
자!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