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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자서 그런지 아침에 상쾌하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두었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오늘 저녁이니까
가보지 않은 곳을 몇 군데
더 가볼수도 있을듯.
하늘이 흐리긴 하지만,
비도 그쳤다.
뭐 귀찮으면 그냥
슬렁슬렁 걸어다니다 말고 ㅎㅎ
다행히(!) 호텔은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플랜이었다.
어젯밤 너무 많이 먹어서 아침은 안 먹어도 될 것 같다.
부족한 카페인과 니코틴만 보충하면 될 것 같다.
호텔을 나와서 카페를 찾아보았다.
우선 시내 중심가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음을 시작.
조금 걷다보니 나가사키현청 옆으로
작은 먹자골목이 눈에 띈다.
어제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비가 그치고 나니 보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이 골목은 내가 보지 않았을 때는
확률로만 존재했을 것이다.
쇠락한 골목이다.
카페 몇 군데와 음식점 두어 집이 늘어서 있다.
게다가 약간 내리막 길이다.
맘에 드는 카페 한 곳에 들어섰다.
정년퇴임을 앞둔 사무원 같은 아우라를 풍기는
주인장이 장부로 보이는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넣고 있다.
그의 뒷편으로는 무심한 TV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손님이라곤 마트에 먹을거리를 사러 나온 듯한
동네 아주머니 한 분.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먹고,
신문을 읽고 계시다.
이 아주머니는 멀티태스킹의 귀재로,
신문을 읽고,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며,
TV를 듣고 주인장과 얘기를 나누신다.
아주머니는 얘기하고
주인장은 적당히 장단을 맞춘다.
이런 식이다.
- " 마스터, 이번에 역 앞 마트가
이온(유통 대기업이다.)에 합병된거 알아요?
아니 글쎄 아침에 장을 봤는데
영수증이 벌써 이온으로 찍히더라니까.
간판은 아직 그대로인데 말이지. "
- (장부를 쓰며) " 아, 맞아요. 뉴스에 나오더라구요. "
항상 있는 패턴인 것 같은 이 대화는
동네 개가 집을 나간 얘기,
아랫집 며느리가 어디 출신인지 맞추는 얘기 등으로 이어진다.
커피를 주문하고 안듣는 척 담배를 피우며
이 만담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큭큭댔다.
만담같은 이야기는 아주머니가 깜빡한 집안일이 있다고
급하게 돌아가시며 느닷없이 끝나버렸다.
이 집 커피는 산미가 굉장히 강했다.
칼리타 드립으로 내리셨는데 흡사 사이폰 같은 맛이다.
바디감이 떨어지는게 아쉽긴 했는데
상큼하니 아침커피로는 괜찮았다.
커피를 마시며 행선지를 정했다.
글로버 정원이라는 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바닷가 길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가면 될 것 같다.
글로버 정원으로 가는 길은 서양식 건물이 많다.
영국 공사관이나 네덜란드인 거주지역 등.
글로버 정원은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이 된 곳이라고 하는데
바닷가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서
평지에서 250미터 정도 상점가가 늘어선 골목을 올라가야 한다.
이 근처에 '시카이로' 라는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집이 있는데
맞은편의 오르골가게가 그 출발점이다.
(위의 사진)
이 곳이 나가사키 짬뽕 원조 '시카이로'.
오르골 가게에서 시작된 상점가를 따라 올라오면
저 성당이 보인다.
'오우라 천주당' 이라는 이름의 이 성당은
스텐드글라스가 아름다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고딕양식 교회라고 함.
(입장료 있음. 몇 백엔 정도)
다음에 올 때 가볼곳을 남겨두고 싶어서
들어가진 않았다.
오우라 천주당 오른쪽에 글로버 정원이 있다.
들어가기 전에 주변에 이어지는
상점가를 좀 더 돌다보니 후문이 보인다.
후린비도로라는 유리공예품과
원피스 규슈한정판 퍼즐을 하나 구매.
이게 후린비도로이다.
나가사키의 전통 유리공예품이라고 하는데
주둥이 부분을 불면 여러가지 소리가 난다.
(디자인에 따라 소리가 다름.)
NHK드라마 <료마전>에서 등장해서
매출이 많이 늘었다는 후문...
부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 것 같은게,
내가 사 온 건 소리가 잘 안난다.
저기서 테스트 할 때는 잘 됐었다. ㅡ.ㅡ;;;
글로버 정원 후문 맞은편에
기막힌 전망 포인트가 있다.
달콤하지만 조금 쌉싸름한 풍경이다.
멋진 풍경인데 쌉싸름한 이유는,
건너면 공장시설은 미쓰비시중공업이기 때문일까.
미쓰비시는 빨간 세 개의 마름모꼴이 삼각형으로 배치된 로고로 유명한 기업인데
이 브랜드로고는 창업자 이와사키 야타로의 가문 문장이다.
미쓰비시라는 이름 자체가 세 개의(三) 마름모(稜)라는 뜻이다.
주지하다시피 조선인들이 가장 많이 강제징용된
기업의 하나이며 대표적인 우익기업이다.
조선업으로 시작하여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전투기를 만들어 일본정부에 납품하였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지만,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여행기에 쓰기엔 적당치 않은것 같아 여기까지.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배가 고프다.
한 시간 정도 걸었고,
아침을 건너 뛰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뭐,
글로버 정원도 나중에 가자. ㅋㅋ
언덕길을 다시 내려오는 풍경은
올라갈 때와는 많이 다르다.
내려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화장실을 빌렸다.
들어간 김에 리포비탄D를 한 병.
보다시피 박카스와 디자인이 굉장히 비슷하다.
성분 또한 굉장히 비슷하다.
뭐, 그러하다...
음료를 마시며 둘러본 주변.
내가 좋아라 하는 디자인의 자동차가 지나간다.
다시 지도를 펼쳤다.
일단 다시 시내쪽으로 가자.
가는 길에 마음에 드는 식당이 있으면
요기를 해야겠다.
여행기간 내내 비가 계속되다가
돌아가는 날 그치는
그로테스크한 시추에이션 ㅎㅎ
인생,
그런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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