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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을 찾아 걷는 도중 다시 비가 내린다.
이 때는 몰랐는데
내가 돌아오고 나서 약 1주일 뒤에
나가사키 지역에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고 한다.
역시 방귀가 잦으면...
혹시 몰라서 호텔에 짐을 맡길때
우산을 빼서 가지고 있었던게 다행이다.
20분 쯤 걸었을까?
작은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들어서니 40대 중반 정도되는 여주인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다.
내부는 백반집 느낌의 그야말로 식당.
차항(중국식 볶음밥)을 주문하고 카운터석에 앉았다.
여주인의 나이처럼
아주 나이들지도 너무 젊지도 않은 곳이다.
" 저희는 차항에 미소시루도 함께 드려요. "
"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
후루룩. 한 모금 마시니
비 때문에 떨렸던 몸이 조금 풀린다.
볶음밥은 맛있었다.
너무 짜지 않고 적당한 간이 좋았다.
또다시 잘 먹고 담배를 피우고(실내흡연 가능)
에너지를 충전하고 길을 나섰다.
시내쪽으로 걷다보니 차이나타운 남쪽에 이르렀다.
정말 손바닥만한 도시라 다 연결되는군.
어제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아본 차이나타운.
남쪽에는 이렇게 멋진 로스터리 카페가 있었다.
밥먹고 커피도 마셔야 할 타이밍.
문 밖으로 퍼지는 향기가
이번 여행 최고의 커피를 마시게 될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자가배전하여 판매하고 있다.
유통되는 대부분 원산지의 커피가 있다.
디카페인 원두까지 구비되어 완벽.
가게를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위의 원두와 진열대와 카운터,
점내 손님을 위한 작은 카운터석이 있고
왼쪽으로는 로스팅 머신과 각종 커피 부자재가 있다.
이 두 대의 머신 이외에도
내실쪽에 기계가 몇 대 더 있는것 같다.
구경을 하고 있자니 점원이 나온다.
20대의 젊은 아가씨다.
" 점내에서 커피 마시고 가고 싶은데요. "
" 네, 카운터석 쪽으로 앉으시면 돼요. "
브렌드커피로 한 잔 부탁.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몇 장 찍고 있자니
점원이 커피를 내리며 말을 걸어온다.
" 여행 오셨나봐요. "
" 네, 한국에서 왔습니다. "
" 아, 정말요? 저 한국 노래 좋아해서 많이 들어요.
2NE1, 빅뱅 좋아해요. "
이렇게 시작된 그녀와의 대화는 꽤 즐거운 것이었다.
나가사키 출신인 그녀는 도쿄에 상경해서
몇 년 동안 일을 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도쿄에서는 한국식당에서 일한 경험도 있어서
한국인 친구들도 몇 몇 있다고 하고.
다시 나가사키로 돌아온 이유를 조심스레 물으니
말을 흐리는 것이 나름의 사정이 있으리라.
더불어 이 가게에 대한 얘기도 해주었는데
'나카야마 양행'이라는 이 카페는
나가사키에서 가장 오래된 로스팅카페라고 한다.
(올해로 67년 째.)
명성에 걸맞게 내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원두를 사러오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그녀가 내려준 커피는 진하고 쓰고, 달고, 시었다.
맛있다...
이 가게에 들어설 때의 예감은 정확했다.
(블렌드커피 가격은 350엔.)
계산을 하며 원두도 함께 구매.
기분좋게 커피를 마시고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섰다.
이 곳 기념품점에서도 비도로 판매중.
비도로가 료마전에 나온 모습.
((이 공예품의 이름을 어제
후린이라고 썼는데 내가 착각했다.
어제 여행기도 수정해야 겠다.
후린은 풍경(風磬)을 말함.))
비도로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포르투갈어 Vidro의 일본식 발음이다.
Vidro는 '유리'.
다시 찾은 차이나타운.
동쪽 입구에 아가씨 세 명이 고양이 한 마리를 둘러싸고 있다.
아가씨들이 제 갈길을 가자
다시 시크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는 고양이.
이 문을 지키는 터줏대감인 것 같다.
비가 내리긴 하지만
어제보다는 인파가 조금 더 있다.
카페에서 꽤 오래 앉아 있었는데
시계를 보니 공항으로 가기 전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호텔로 돌아가 짐도 찾아야 하니
(여기서 도보 15분 정도)
애매한 시간이다.
커피나 한 잔 더 마시자. ㅎㅎ
관광거리 남쪽에 있는 도토루 카페에 들어갔다.
한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나이지만
나가사키에서 마지막 커피가 될 듯 싶으니
이번엔 아이스로 한 잔.
멍을 좀 때리고 있자니
40분이 녹았다.
서둘러 짐을 찾고 공항행 버스에 올랐다.
즉흥적인 나가사키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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