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이준익
출연 :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민도희, 차순배, 김의성, 강기영, 동방우(명계남), 류승용, 정진영, 최원영, 방은진, 조우진 외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정(還政).
200여 년 전 조선은 삼정이 문란했다.
학창시절 깨끗하게 인쇄된 교과서에 몇 줄 실려있던 문장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낸 민초들에게 그것은 지옥이었다.
"형이 동생보다 낫구나."
그나마 성근 방패막이가 되어 주던 왕이 죽고
유취(乳臭)나는 아이가 새로운 왕이 되었다.
주자는 힘이 세고 천주는 힘이 없다.
살아 남은 약전과 약용은 흑산과 강진으로 버려졌다.
스페인 사람들은 남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고 원주민들을 군인으로 부렸다.
스페인의 군인이 되었지만 보급은 없었고 군영에는 인육거래소가 생겨났다.
벨기에인들은 콩고를 식민지로 만들고 할당을 채우지 못하는 노예들의 손목을 잘랐다.
인도에서, 필리핀에서, 미얀마에서, 조선에서 이러한 일들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잔인한 자들의 후손들은 지금 선진국이라는 이름으로 풍요를 누린다.
이들의 나라에서는 이따금씩 개와 고양이들도 호텔에서 잔다.
주자의 나라에서 잔인함은 금기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주자의 나라를 유지하는 것은 사회 기저의 잔인함이었다.
자식을 낳았다는 이유로 자식같은 소를 잃은 아비는 스스로 자신의 양물(陽物)을 잘라냈다.
지옥이다.
그런데 백성을 수탈하는 자리에 섰던 자들은 악하기만 했던 것일까?
천주는 자신을 믿지 않는 자들은 지옥에 떨어진다고 했지만
약전과 약용은 천주를 버림으로써 망나니의 칼을 피했다.
부끄럽지 않았다.
숨구멍 막히지 않게 처신하는 것이 사람일테다.
대사 한 줄도 버릴 것이 없고
장면 한 컷도 보낼 것이 없이 촘촘하다.
감히 단언하자면,
<박하사탕> 이후 배우 설경구의 최고 작품이고
이준익 감독의 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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