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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語/旅に出ようか

어쩌다 마주친,, 나가사키11

by 심플러브 2015.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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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어느덧 내일이면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오늘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호타루차야 정류소에서 다시 나가사키 지도를 펼쳤다.

 

맑은 날이었다면 군함도((정식명칭은 하시마, 군칸지마(군함도)라고도 한다.))에

가보려고 했는데 배가 운행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고,

우중충한 날에 가면 더욱 침울해질 것 같아 마음을 접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에 군함도와는 인연이 없나보다.

다음에 나가사키에 오는 날엔 가보아야지.

 

 

 

 

군함도 대신 원자폭탄 투하 중심지와 평화공원으로

행선지를 급변경했다.

 

노면전차를 타고 서북쪽으로 향한다.

 

 

 

 

호타루차야에서 15분 남짓 걸렸을까?

피폭 중심지에 도착했다.

 

입구에 '피폭당시의 지층' 이라는 팻말이 위치를 알려준다.

 

 

 

 

 

 

피폭지를 중심으로 기념탑이 서있다.

몇몇 사람들이 헌화를 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8월 9일 현재

봉안된 사망자 십육만팔천칠백육십칠 명.

 

 

 

 

 

기념탑 오른편에 사람들의 기원을 적은 정성이 걸려있다.

 

 

 

 

 

패널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피폭 당시의 지층을 보존해 놓은 시설이 있다.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02분.

플루토늄으로 만들어진 원자폭탄

'Fatman'이 나가사키에 투하된 시각이다.

 

참고로 히로시마에 투하되었던

'Littleboy'는 우라늄으로 제조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을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투하를 결정했다고

알려진 것이 정설(?)이지만

원자폭탄 투하실험이 있었던 비키니섬이나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던 체르노빌 등의 예로 보면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역에는 수십년~수백년 동안

사람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는 실제로 원자폭탄이

떨어진 적이 없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어샌지 형님이나 스노든 형님이 안 알려주시려나~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배가 고프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달랑 커피 한 잔 마시고 나왔으니...

 

평화공원은 조금 걸어야 하는 것 같으니

일단 밥을 먹고 가야겠다.

 

 

 

 

오전 10시 30분 남짓.

식사가 가능한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영업을 시작하기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식사가 되는 카페를 찾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초로의 마스터가 운영하는 작은 카페다.

테이블 세 개와 카운터석이 전부.

만석이 되어도 열 명 남짓 들어올 수 있는 공간.

아침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는 동네 손님 한 명.

 

" 저기,, 지금 식사도 되나요? "

 

" 네, 됩니다. 들어오세요. "

 

 

 

메뉴를 펼치니 의외로 식사메뉴가 많다.

 

"오무라이스하고 커피 주세요. "

 

" 네, 커피는 식사 후에 내드릴까요? "

 

" 네, 그렇게 해주세요. "

 

주문을 하고 실내를 찍는 도중

재료를 준비하느라 오가는 주인장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셨다.

 

 

 

 

자세히 보니 주인장의 손때가 켜켜이 내려앉은 카페다.

비틀즈를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고,,

60년대 히피감성의 음반도 많다.

 

이런저런 안내가 실내 곳곳에 많이도 붙어있다.

벽시계 오른쪽의

' 시간 맞을겁니다. 아마... ' 라는건 뭔가 ㅎㅎㅎ

 

아마 이 주인장,

전공투세대일 것 같다.

 

 

 

 

오전 11시 30분 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는 런치타임이라 금연.

이외의 시간은 흡연.

 

 

 

 

주방에서 뚝딱뚝딱 하는 소리가 나더니

10분 정도 뒤에 오무라이스 등장.

케찹을 뿌리는 몰상식한(?) 가게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역시 오무라이스엔 데미그라스 소스다.

<런치의 여왕>을 본 사람들은 인정할 것이다.

다케우치 유코의 그 싱그러운 웃음. 음음...)

 

밥이 굉장히 뜨거워서 속이 따뜻해졌다.

맛은 평범했다.

 

 

 

 

밥을 먹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있자니 커피가 나왔다.

커피맛은 깊고 진하다. 산미도 꽤 강한편.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맛이다.

땅콩이 곁들여 나오는게 특이하다.

 

" 땅콩은 커피와 함께 먹으면 되나요? "

 

" 네, 주전부리로 함께 드세요. "

 

의외로 땅콩과 커피가 잘 어울린다.

노인의 지혜.

한 수 배웠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한 대 더 피우고 일어섰다.

계산을 하는데 주인장이 묻는다.

 

" 여행중이신가봐요. 어디서 오셨나요? "

 

" 한국에서 왔습니다. "

 

" 아, 그래요? 반가워요. 즐거운 여행 하세요. "

 

 

 

 

카페의 외관.

가배가(커피집)라 쓰고 '카후에'라고 읽는다.

읽기가 좀 특이한 듯.

 

카페 분위기도 그렇고 주인장도 그렇고

이래저래 조금은 특이한 곳이다.

 

 

 

평화공원은 언덕위에 조성되어 있어서

평지에서 10분 정도 오르막을 걸어야 한다.

 

헥헥거리며 오르니(담배를 끊어야 하나,,,)

잘 알려진 조각상이 멀리 보이는데...

 

 

 

 

 

진입로에 떡하니 주무시는 노라네코(길고양이)님.

 

' 조용히 지나가라, 닝겐... '

 

 

 

 

 

 

평화공원은 피폭당시 형무소가 있던 터를 헐고 조성했다고 한다.

조각상은 크기가 굉장히 크다.

너비 15미터 높이 30미터(단 포함) 정도 될까?

 

이 조각상을 중심으로 길을 내고

주변에 조경을 했다.

 

한 쪽에 희생당한 중국인을 위한 위령비가 있었다.

한국인을 위한 위령비는 찾지 못했다.

(있는데 내가 찾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이 공원이 형무소였음을 알리는

당시의 담장 잔해.

 

나가사키 여행의 필수코스라서

궂은 날씨에도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예전에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가 가해국 일본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

 

적어도 이 피폭 중심지와 평화공원을 둘러보고

' 반성 ' 이라는 단어는 떠오르지 않았다.

 

군함도에 갈 때는 마음의 준비가

좀 필요할 것 같다는 예감.

 

 

 

정오 즈음.

다시 노면전차역으로 돌아왔다.

 

다시 지도를 펼쳤다.

예약한 호텔에 체크인은 오후 3시부터.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