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굉장히 피상적으로 알고 있으면서 좀 안다고 착각하는 대상이 꽤 있다.
내게는 전공투(전학공투회의)가 그런 것 중에 하나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역자 해설에서 언급하기도 하지만 전공투 세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낭만적이었던 쇼와시대의 기억의 편린 정도의 이미지를 그대로 투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 <나의 1960년대>는,
나의 그러한 인식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전체주의 체제를 관통하는 일본 근대사의 어쩌면 필연적인 결과물로서
전공투는 전후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잔재를 거부하는 양심적인 젊은이들의 투쟁이라는 측면이 있었다.
이제는 '단카이 세대'로 불리며
전후 일본경제 고도성장기의 축복을 만끽한 세대로서 기억되는 이들에게도
경제동물이 되어가는 그들 스스로에 대해 자괴감을 가진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약 반세기 만에 회고록의 형식으로 그 시절을 얘기하는 저자는
섬세하고 약간은 편집증적인 기록정신을 보여준다.
전공투의 대표자였던 그로서는,
미래 세대를 위해 기록해 두는 것이 역사적인 책무라고 느껴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 시절로부터 시간의 강이 넓어진 때문일까.
기억의 윤색이 조금씩 덧칠해져서 '므두셀라 증후군'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 지명 등이 많아 전체적인 흐름을 좇아가기가 조금 벅차기 때문에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해를 위해서 책 말미의 '박노자의 한국어판 해제'와 '역자 해설'을 먼저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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