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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창조의 샘

충남의 두 남자1_서산,당진,온양_20190801~03

by 심플러브 2019. 8. 5.

7월 부터 많은 것들이 꼬이기 시작했다.

감히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오만하게 생각해버린 때문일까.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들만 겨우 해결하는 한 달을 보내고 나니

간절하게 기분전환이 필요함을 느꼈다.

적당한 때에, 여행을 하자는 친구의 권유를 받았다.

잠시 도망치는 기분으로 장마 후의 비를 맞으며 떠났다.

 

---------------------------------- 개심사 ----------------------------------------

꼭 가야 하는 장소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도 정해두지 않은 여행이었다.

해외로 여행하면 생각하기 어려운 즉흥성.

새롭게 발견한 우리나라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우선은 서산의 개심사로 향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비가 내렸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는 동안 구름만 몇 점 남았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읽은 기억이 나서 내가 제안하고 친구가 동의해서 결정했다.

소박한 절이고, 범종각의 굽은 기둥, 청벚꽃, 대웅전의 맞배지붕 등의 책 내용이 머릿속에 질서없이 떠다닌다.

 

매우 습하고 더운 날이라 절의 입구까지 자동차가 진입 가능하다는 점이 고마웠다.

절 앞의 직사각형 연못에는 연꽃 사진을 찍는 사진사들이 열심이다.

계단을 올라 바로 보이는 개심사의 입구는 고사찰의 웅장함과는 거리가 먼, 

절집이라는 말이 어울리겠다는 예감을 전해주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진 네 개의 건물이 오밀조밀 모였는 절집이다.

종교의 권위를 내려놓은 소박한 대웅전의 지붕 덕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방문객들은 경내를 한 바퀴 휘이 둘러보고는 대웅전 맞은편의 툇마루에 앉아

어지러운 마음을 내려놓는다.

이 계절 개심사는 온통 초록빛이지만 종무소 앞의 수국이 청보라빛 색감을 더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을 나와 뒤돌아보면 '해탈문'이라는 글자가 배웅한다.

절의 오른편에는 산신각을 비롯한 부속 건물이 몇 채 자리잡고 있었다.

 

사진사들은 여전히 '한 컷'을 위해 열심이었다.

물이 많이 차지 않아 여윈 연못에는 볼품 없는 연꽃 몇 송이가 떠있을 뿐인데

저들은 무엇을 저리 찍고 있는지 내가 알 턱이 없었다.

직사각형의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그들 옆으로 가니 소금쟁이가 보인다.

바쁘게 움직이던 한 녀석이 사진을 찍으라는 듯 잠시 물 위에 머물러 주었다.

셔터를 누르는 동안 멍한 느낌이었다. 그 때 파밧! 하며 소금쟁이는 순간이동 하여 동료들 사이로 사라졌다.

소금쟁이가 사라지는 순간, 절에서의 한 시간 동안 고민을 내려놓고 있었음을 알았다.

영험한 절집이다.

 

---------------------------------- 해미읍성 ----------------------------------------

개심사 다음으로는 서산 해미읍성으로 향했다.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오면서 유명해진 곳이라 한다.

주차장에서 해미읍성 정문으로 오니 대략적인 지리감이 생겼다.

날이 더워 상점가 쪽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니 골목식당 출연 식당들이 주변이다.

밥을 먹기는 애매한 시간이니 명물 호떡집에서 간식이나 하나 먹어보기로 하고 일어났다.

 

줄을 서서 호떡 한 개를 받았다. 평일 낮에도 손님이 줄을 잇는다.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난 호떡집이다.

맛은 아주 좋았다. 반죽의 쫄깃함이 뛰어나고 호떡속에 견과류도 많이 들어 있다. 

호떡 한 개 천원이라는 가격이 싸지는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적당한 가격이다.

헐한 가격이라고 까지는 못하겠다.

 

카페인과 당분을 채우고 해미읍성으로 향했다.

이 읍성은 왜구들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성문 안으로 들어서니 소나무 숲, 초가집, 전통놀이 등 생각했던 것보다 알차게 꾸며 놓은 곳이다.

천주교 순교자들에 대한 설명도 충실한 편인데 충청, 전라 지역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읍성 안쪽의 소나무 숲에서는 영화 '바람의 파이터'를 촬영했다는 안내문이 있었고,

초가집을 둘러보면 장닭의 호쾌한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해미읍성을 한 바퀴 둘러보니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저녁에는 친구의 선배가 있는 당진으로 이동할 예정인데

중간에 서산시장에 들러 할머니 원조호떡을 맛보기로 했다.

 

---------------------------------- 서산 중앙시장 ----------------------------------------

당진에서 친구의 선배와 저녁을 먹기로 해서 서산 중앙시장에서는 할머니 원조호떡만 맛을 보았다.

주차장 바로 근방에 있는 호떡집을 찾지 못하고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덕분에 시장구경도 하고 그런거지 뭐.

허영만의 백반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이 시장이 나온 것을 보았는데 다음에 맛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당진, 친구의 선배가 운영하는 고깃집에서 늦게까지 술과 저녁을 먹었다.

무계획 즉흥여행이었음에도 이보다 알찬 여행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괜찮은 하루였다.

내일도 발길 닿는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