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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창조의 샘

충남의 두 남자2_서산,당진,온양_20190801~03

by 심플러브 2019. 8. 6.

2일차 여행은 당진에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느긋하게 시작했다.

산업도시의 배후 베드타운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당진시는 제조업 쇠락의 파고를 아직까지는

잘 방어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였다.'

지나가는 과객이 속사정을 꿰뚫어 보기는 어려웠다.

어찌되었든 친구의 선배 덕분에 잘 먹고, 잘 쉬다 다시 길을 떠날수 있었다.

 

오늘 예정해 두었던 고창 선운사는 쉽게 포기했다.

거리가 약 200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시간에 가기엔 무리였다.

어제 늦게까지 많이 마셨기 때문에 멀지 않은 서산 황금산 트레킹을 하고

온양으로 이동해 온천을 하기로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휴가철이라 숙소 예약이 힘들까 걱정했는데 마침 온양 그랜드호텔의 트윈룸을 잡을 수 있었다.

 

--------------------------------- 황금산 --------------------------------

황금산은 대산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높이 156m의 야트막한 산이다. 예전에 황금을 채굴하던 탄광이 있었다 한다.

산의 아래 바닷가 저 편에는 한화종합화학 공장이 자리잡고 있고, 

산 정상에는 임경업 장군을 모신 사당이 자리잡고 있다. 사당 뒷편에 커다란 돌탑이 사당을 지키듯 서있다.

이번 여행에서 돌탑을 참 많이 보았다. 서울/경기권과는 다른 충청권의 민간, 무속신앙의 흐름이 있는가 싶었다.

 

땀을 식히려 정상에서 쉬고 있으려니 저 편의 바다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을 몇 장 찍는데 나비 한 마리가 주변에서 팔랑거린다.

도덕경의 호접몽 이야기가 떠올랐다. 뭐 나비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그것 밖에 없으니... ㅡㅡ;;

그래도 잠깐 생각해본다.

꿈처럼 꿈인 듯 꿈같은 세상살이에 대해서...

힘든 한 달이었는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괜찮은 한 달을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좋은 친구와 편안하게 보내는 이 시간은 기억하고 잡아두고 싶었다.

타는 듯한 태양과 흐르는 땀을 마음에 새기면, 이 시간도 힘든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을 찍을 시간을 허락한 나비는 다시 훨훨 날아갔다.

어쩐지 나의 몸도, 마음도 1g 정도는 함께 날아간 것만 같다.

 

하산길에는 몽돌해변과 코끼리바위를 만났다.

뱃길로 이곳을 찾은 한 무리의 여행객들과 조우했고,

백 여 미터 떨어진 바위에서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절벽에 몽돌을 올려 놓으면서 소원을 빌었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2019년에도 기복신앙의 깊은 뿌리는 굳건하다. 

 

다시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내려오는 길은 조금 수월해서 그런지 눈부신 나뭇잎과 아마도 독버섯일 버섯들이 눈에 들어온다.

빨간 게도 만났는데 수줍음이 많은 녀석이라 사진 찍을 시간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온양으로 출발하기 전에 주차장 주변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한 쪽에는 거대한 공장이 돌아가고, 다른 쪽에는 작은 어선들이 공존하는 바닷가.

(산자락 끝에는 군부대도 있다.)

약간의 긴장감이 감도는 평화로운 공존이다. 

 

--------------------------------- 온양, 전통시장 --------------------------------

온양에 도착할 즈음에는 배가 고팠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바로 온양 전통시장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고심 끝에 선택한,

얼큰하고 푸짐한 내장탕을 한 그릇 하고 나니 날카롭게 곤두섰던 신경이 몽돌처럼 동그래졌다.

공깃밥 추가는 덤으로 주는 국밥집 아주머니의 정이 푸근했다.

온천을 하고 자기 전에 먹을 간식으로 시장에서 떡과 찹쌀도너츠를 샀다.

친구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절하게 더했다.

고기만큼이나 단 것은 언제나 옳다.

 

호텔 온천탕에서 피로를 풀었더니 노곤함이 밀려온다.

운전하느라 더욱 피곤했을 친구는 먼저 잠이 들었다.

느긋하게 그리고 즉흥적으로 이동한 2일차 여행도

꾹꾹 눌러 담은 따뜻한 국밥처럼 푸짐하게 보낸 기분이다.

 

잠이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