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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창조의 샘

강원도 양양 춘천 당일치기 여행_2020.11.03

by 심플러브 2020. 11. 6.

두 번째 책 <향긋한영화 인생드라마 그리고 빛나는다큐> 작업을 끝내고 무언가 기분전환이 하고 싶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마침 친구의 강원도 양양 강의일정이 잡혔고 짧은 여행이 가능했다.

코로나19 상황이니 예전처럼 자유롭게 여행하기는 어렵지만 유의해서 다녀올 수 있었다.

 

 

친구와 이야기하며 스마트폰의 슬로우모션 기능을 가지고 놀았더니 금세 양양에 도착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있으니 두어시간이면 동쪽 끝에 닿는다. 백두대간을 뚫어서 거의 직선으로 길을 놓았는데 편리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편해진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스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밥을 먼저 먹으러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다. 휴일인건지 코로나의 영향으로 임시휴업중인지 모르겠지만 가게 문이 닫혀있다. 친구가 급하게 다른 밥집을 찾는 사이에 우리 옆으로 다른 차가 한 대 들어온다. 아저씨 한 명이 내려서 가게를 살펴보는 것을 보니 이 분도 우리처럼 허탕이다.

친구가 재빨리 다른 식당을 찾아냈고 다행히 두 번째 간 곳은 영업을 하고 있었다. 막국수가 시원하고 맛있다. 막국수는 항상 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본고장에서는 당당한 주연이다.

 

 

비빔으로 절반쯤 먹다가 동치미 국물을 넣으면 물막국수가 된다. 일타쌍피의 미학을 제대로 구현하는 음식이다. 메밀면의 찬 기운과 동치미국물이 더해지니 한기가 만만치 않다. 더운 날에는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겠다. 함께 주문한 수육은 그닥 맛있지 않았다. 

 

 

생각보다 양양은 크지 않았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다.

들어선지 오래지 않아 보이는 양양군 문화 복지회관 건물이 어색하다. 미래를 내다보고 크게 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후 2시 부터 친구의 강의가 시작했고 나는 카페에서 쉬면서 커피를 즐겼다.처음 방문하는 지역에서 먹을거리는 그날의 운이 결정한다.양양터미널 근처 몇 개의 카페 중에 다행히 괜찮은 커피를 내주는 곳을 골랐다. 층고가 높은 공간을 복층으로 분리한 카페의 구조가 마음에 든다. 창 밖으로 빨강머리앤을 누군가 담벼락에 데려다 놓았다.

 

 

카페에서 충분히 쉬고 거리탐험에 나섰다. 초록색으로 칠해둔 빌라의 외벽이 강렬하다. 조금 걷자니 양양전통시장이라 쓰인 아케이드가 보이기에 살펴보러 갔는데 장날이 아니어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고 장사하는 가게도 드문드문했다. 생선가게에 물고기가 눈길을 끈다. 국물맛이 좋을것 같은 물고기다.

시장을 둘러보는 중에 친구의 강의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마침 적당하게 둘러본 시간이라 얼른 친구와 합류하여 낙산사로 향했다.

 

낙산사는 몇 년 전에 화재로 인해 전소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가람의 건물 대부분이 새로 지은 것이었다.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시간은 다시 쌓일테니 그다지 슬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게다가 바다를 향한 멋진 풍경이 낙산사의 절반이라고 할 만하다. 화마가 결코 앗아갈 수 없는 낙산사만의 강점이다. 슬슬 둘러보면 한 시간 정도가 훌쩍 흐른다. 누군가 보시한 떡도 얻어먹고 기념품점의 고양이까지 만나고 나니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춘천에 들렀다. 가보자순대국을 맛보러 간 것인데, 도중에 날이 어두워져 잠시 춘천의 야경도 감상했다. 춘천에서 한동안 밥벌이를 했던 친구가 있었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보자순대국은 일반적인 순대국과는 조금 다르게 칼칼한 국물이다. 건더기도 주인장이 고른 몇 가지가 푸짐하게 들어있는데 끝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했다. 반찬으로 깍뚜기 한 가지만 내주기에 순대국에 꽤 자신이 있는가보다 싶었는데 예감이 들어맞았다. 순대국의 세계는 넓고도 깊구나.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아홉 시가 넘었다. 아침 일찍부터 알차게 채운 하루가 되었다.

좋은 세상, 많이 다니고 많이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고생한 친구에게 고마운 날이다.